[스크랩] [설문] ②지도자 10인에게 듣는 축구 철학과 한국축구에 대한 제언 [ 2011-10-19 ]
![]() |
슈팅 훈련 중인 모습 ⓒ이상헌 |
1편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축구를 대표했거나 현재 대표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표할 축구 지도자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게재한다. 이번 편에서는 한국축구가 골 결정력이 부족한 이유와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경험 많은 감독들의 소중한 조언은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일선 지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감독들은 최근 공부하는 축구 선수 육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10명 모두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현재 고교 선수들이 학업 시간에 겪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크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는 한편, 학생 선수에게 필요한 과목을 중심으로 꾸려진 ‘맞춤형 학업’이 진행되기를 희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청과 학교가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마지막에는 축구 감독으로 산다는 의미와 난관에 직면했을 때 자기 자신을 위해 되뇌이는 격언도 담았다. ▲ 인터뷰 및 설문조사 대상자 명단(가나다 순) 김학범, 김호, 김호곤, 박경훈, 박성화, 조광래, 최강희, 허정무, 홍명보, 황선홍 감독(차범근 감독은 개인적인 이유로 고사) ■ 골 결정력 부족, 훈련 방식을 바꾸고 의식만 전환하면 고칠 수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 축구의 최대 고질병이라고 하면 대부분 지도자들과 팬들은 골 결정력 부족을 꼽는다. 우리 선수들은 이상하게 문전 근처만 가면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몸이 굳어진다. 가뜩이나 창의적인 플레이가 부족한데 유달리 골문 앞에서는 더욱 틀에 박힌 움직임만 나온다. 분명히 골이 돼야하는 손쉬운 찬스도 번번이 놓치기 일쑤다. 도대체 왜 그럴까.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해묵은 과제에 대해 10인 감독들이 입을 열었다. 감독들은 ▲과정만 너무 중시한 거꾸로 된 훈련법 ▲진지하지 못한 훈련 자세와 창의성을 잃은 마인드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와 패스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축구는 골로 꽃을 피우는 종목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골을 넣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또 축구에서 승부 희소성이 무척 높은 한 골로 결정되기 때문에 한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 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내 지도자들이 해온 훈련법은 골이 아니라 문전까지 가는 과정만 중시했다는 게 10인 감독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학범 감독은 “우리는 문전까지 가는 훈련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외국은 반드시 골을 넣게 하는 훈련을 가장 중시한다”면서 “결국 우리는 힘들게 문전까지 가서는 정작 골을 넣을 힘을 잃고 만다”고 안타까워했다. 과정에 지나치게 많이 비중을 두는 훈련법은 문전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된다는 게 김 감독의 분석이다. 박성화 감독은 “골은 축구의 결정체이며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며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슈팅 훈련만 하면 집중력을 잃고 끈기 없이 대충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호곤 감독도 “훈련 때부터 어떻게 하든 골을 넣겠다는 강한 집념과 진지함 없이 대충 슈팅을 때리는 게 문제”라며 박성화 감독 의견에 공감했다. 공격수 출신 황선홍 감독은 “외국 선수들은 동료가 밀어준 볼을 슈팅으로 연결하는 아주 기본적인 슈팅 훈련을 무척 열심히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이런 것은 훈련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장난처럼 슈팅을 날린다”고 꼬집었다. 조광래 감독과 홍명보 감독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어시스트 능력을 골 결정력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조 감독은 “공격수가 편안한 상태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 좋은 패스가 와야 공격수도 집중력과 여유를 갖고 정확한 슈팅을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특히 문전에서 둔탁하고 급한 패스가 대부분”이라고 아쉬워했다. 홍 감독도 “골을 넣는 능력은 분명히 있다. 부정확한 크로스와 어시스트가 더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감독들은 저마다 오랜 지도자 생활을 통해 얻어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했다. 박성화 감독은 실전과 같은 훈련을 강조했다. 박 감독은 “부상 등을 걱정해 훈련을 느슨하게 하면 실전에서 결코 잘 할 수 없다”면서 “단순하게 흘러나오는 걸 때리거나 수비수 없이 슈팅하는 훈련을 하지 말고 실전처럼 수비수와 싸워 골을 넣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은 공격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비슷한 식으로 크로스에 이은 슈팅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더라도 공격수는 머릿속으로 다양한 실전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법을 연습해야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예를 들어 상대 수비수가 자신보다 앞에 있을 경우, 수비진에 둘러싸여있을 경우, 크로스가 갑자기 외곽으로 흐르거나 반대로 짧을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뒤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움직임을 해보면서 슈팅훈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공격수가 되려면 단순한 훈련이라도 그걸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응용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한다는 의미다. 허정무 감독도 “다양한 상황에 따라 틀에 박히지 않고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임기응변력, 상대 수비가 예측할 수 없는 창의적인 동작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은 빠른 판단력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조 감독은 “골키퍼가 막기 가장 힘든 슈팅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날아오는 슈팅”이라면서 “세계적인 공격수들은 공을 잡기 전부터 골키퍼 위치를 보고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곳으로 슈팅을 한다”고 말했다. |
![]() |
어떤 상황에서도 슈팅으로 연결하는 서울의 데얀 ⓒKFA 홍석균 |
조 감독은 가까운 예로 FC서울 공격수 데얀을 꼽았다. 조 감독은 “골키퍼 위치를 먼저 보고 자신에게 오는 골을 일부러 뒤로 흘린 뒤 돌아들어가면서 때리는 슈팅은 정말 놀랍다”고 칭찬했다. 최강희 감독은 “브라질 선수들은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고 6초 안에 골을 넣으라고 하면 90%는 성공시키지만 우리 선수들은 60%도 안 된다”면서 “브라질 선수들은 문전에 이르기 전부터 슈팅 타이밍과 장면 등에 대해 3,4가지 경우의 수를 설계한 뒤 찰나의 순간 그 중 하나를 과감하게 실천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슈팅하기 직전 생각하거나, 뒤늦게 상대 선수들을 보고 슈팅을 하면 이미 찬스는 날아간다”면서 “설계에 이은 슈팅을 모두 무의식적으로 하려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상황에 따른 반복훈련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축구가 세계수준에 비해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감독들은 저마나 의견을 피력했다. 김학범 감독은 “주입식 교육에서 비롯된 창의력 부족”을 꼽았고 김호곤 감독과 허정무 감독도 같은 의견이었다. 최강희 감독과 황선홍 감독은 “슈팅과 패스 등 기본기가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광래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공을 잡고 난 뒤 다음 상황을 생각한다”면서 “공을 받기 전에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 동료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알고 퍼스트 터치부터 공격적으로 하는 식으로 의식이 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 |
지도자들은 고교 선수들의 경우 좀 더 축구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일혁 |
■ 고교 선수의 학업, 취지는 좋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감독들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 운동으로 성공하는 경우보다 중도 포기하거나 선수로서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은 현실 때문이다. 감독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선수도 다른 학업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교과 중학교는 수업을 다하고 오후에 훈련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오전 수업만 하는 중학교 축구부도 상당수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정규수업을 모두 마치고 오후에 훈련을 하는 학교보다 그렇지 않은 학교가 더 많다. 감독들은 정규수업을 다 한 뒤 훈련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많았다. 10명 중 7명이 ‘오전 수업, 오후 훈련’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학범 감독은 “고교 선수라고 하면 전문 선수다. 선수는 무엇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면서 “7,8교시까지 수업을 다 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도 “미술·음악을 하는 학생들은 정규 수업을 다 받지 않고 학원으로 간다”면서 “운동 선수라고 해서 수업을 다 받아야한다면 학습권은 보장 될지 몰라도 정작 선수들에게 생명과 같은 운동권이 보장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호 감독도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전문 선수로서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고 허정무 감독도 “선수로서 성공하려면 수업을 다하는 것은 무리”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학창 시절 학업 성적도 뛰어났던 조광래 감독조차 “고등학교는 프로 또는 대학으로 가기 전 직업을 선택하는 단계”라며 “운동 선수의 경우에는 최소한 오후 시간만큼은 직업 선택을 위해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데 투자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진보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은 최강희 감독이었다. 최감독은 “중학교까지는 무조건 정상수업을 다 받아야하지만 고등학교에서 학업은 개인적인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청용은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축구에 뛰어들어 성공했다”면서 “진로가 결정됐다면 운동과 학업 병행여부는 전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뜻에 따라야한다”고 주장했다. 정규 수업을 대부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감독 3명도 조건부 의견이 많았다. 박성화 감독은 전문 클럽이 확충된다는 전제 하에 “축구 선수로서 대성하고 싶은 학생은 일반 학교를 떠나 프로 산하 클럽으로 들어가 축구에만 전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모든 운동선수가 정규 수업을 다 받은 뒤 늦은 오후 또는 밤에 훈련을 해야 하는 쪽으로 정책이 결정된다면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훈 감독은 “그렇다고 오후 내내 훈련하는 게 아니다. 빈둥거릴 거라면 수업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수업 내용에 대해서는 10명 감독이 모두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운동 선수들은 내신 및 수능 등 학업 성적으로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프로로 진출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영어, 한문, 컴퓨터, 간단한 수학과 역사 등 기본 소양을 익힐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이 마련돼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많은 부분 일리가 있는 의견이지만 부족한 교원수과 열악한 재정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면 곧바로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
![]() |
뭔가를 이뤄냈을 때 감독들은 짜릿함을 느낀다. ⓒKFA 홍석균 |
■ 감독의 매력,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힘든 상황 속에서 정답을 찾아냈을 때 느끼는 짜릿함
* 첨부파일 *
|
출처: 대한축구협회